월남 이상재 선생은 농사를 짓던 중농 살림의 한 평범한 한산이씨 양반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과거를 보았으나 매관매직으로 낙방하여 초야에 묻혀지내다가, 당시 승지였던 박정양의 집에서 나이 31세 되던해까지 개인비서일을 보게 되었습니다.
  1881년 박정양의 추천으로 10여명의 수행원중 한 명이 되어 신사유람단에 참가해 26명의 사절단과 함께 일본에 갔습니다. 이때 일본의 신흥문물과 사회의 발전상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으며, 홍영식과 두터운 교분을 쌓고 귀국한 뒤 개화운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12월 갑신정변의 실패로 선생은 낙향을 하였고, 다시 박정양이 초대주미공사로 갈 때 2등 서기관으로 채용되었습니다. 그는 워싱턴에서 “무엇이 이 나라를 이렇게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미국이 신봉하는 종교에 궁금증을 갖게 됐다. 시간이 나는 대로 공사관 근처의 교회를 찾아갔지만 삼강오륜으로 굳어진 그의 머리로는 당장 기독교의 교리를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때 청나라가 우리 나라와 미국이 직접 외교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국서의 수교를 방해하였으나, 선생은 청국공사와 담판을 벌여 박정양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국서를 전달하게 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45세에 학무국장이 되었을 때는 신교육제도를 창안하여 사범학교 등을 설립, 한때는 외국어학교 교장을 겸하기도 하는 등 민족교육을 위한 열망을 가졌습니다. 1896년, 47세에 내각총무국장에 올라 탐관오리의 축출 등 국운을 바로잡기에 힘썼습니다.
이상재의 한 일화가 있는데, 그가 고종 임금을 뵈러 갔는데, 마침 그때 신하들이 비단 보자기에 싼 임명장을 임금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그것은 탐관오리들이 돈을 받고 내주는 벼슬의 임명장이 분명했습니다. "나라의 어른께서 거처하시는 방이 너무 추운것 같지 않소?"
  이상재는 신하들을 둘러보고 한마디 하고는 임금 앞에 놓인 비단 보자기를 난로 속에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이 모습을 본 신하들은 깜짝 놀랐으나 고종 임금은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충신이로다. 관직을 사고 파는 일을 막을 사람이 없어 고민했는데 이제 그대가 막았구료."
  그는 서재필 등과 독립협회를 조직하여 독립협회가 주최한 만민공동회 의장 또는 사회를 맡아 보았습니다. 만민공동회가 6개 조항을 의결, 두 차례 상소문을 올렸다가 16명과 함께 경무청에 구금, 10일 만에 석방됩니다. 결국 독립협회가 해산돼자, 모든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탐관오리들의 부패상과 비정을 탄핵하다가 정부대신들의 미움을 받아, 개혁당 사건으로 다시 구금되었다가 2년후인 1904년 2월 석방됩니다. 그가 옥고를 치루는 동안 감방 벽틈 사이에 낀 작은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너희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치 말라....네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는 내용이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참으로 큰 승리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기도하고 용서하며 마음으로 감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게 됩니다. 
  석방후 그는 언더우드 목사를 가장 먼저 찾아갑니다. “진정한 애국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기독교 신앙으로 정신무장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상재는 나라의 운명을 구할 것은 기독교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언더우드와 아펜절러 등 선교사들이 황성기독교청년회(YMCA)를 창설했고, 동지들과 연못골교회(현 연동교회)에 입교한 이상재는 YMCA를 통해 구국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까지 기독교인이란 대개 천민 아니면 평민들이었습니다. 이상재를 비롯한 독립협회 지도자들이 대거 기독교 신자가 된 것은 조선 기독교의 지평을 넓힌 사건이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뻬-스볼 팀’이 결성된 것도 이때였습니다.
  을사조약이 강제체결된 뒤 고종의 애절한 하명을 거절할 수 없어 잠시 의정부참찬에 머물렀고, 법무대신의 교섭을 받았으나, 사양하시고, 군대해산이 있은 뒤 관계를 떠나셨습니다.
  일제가 어용단체인 유신회를 동원, 청년회를 파괴하였고, 이때 총무에 취임, 사멸직전의 YMCA를 사수하는데 성공합니다. 이상재는 일제의 회유에는 언제나 성경으로 응대했습니다.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 이 말에는 ‘일본은 결국 저절로 망할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신중함과 우둔함을 구별해 전략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전국적으로 여러 학생 YMCA를 발족케 하고, 조선기독교청년회 전국연합회를 조직했습니다. 이 때 모든 민간단체는 해산되고 집회 및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했지만, 오직 YMCA만은 해산당하지 않고 국내의 유일한 민간단체가 되어 1919년 3.1운동의 발판이 되게 하였습니다. 3.1운동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뤘고, 특히 3.1운동의 무저항 비폭력의 혁명 운동정신을 이뤄 놓으셨습니다.
  1920년 미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시찰단이 내한하였을때 제2독립운동에 해당하는 여러 YMCA 운동을 주관하였으며, 각종 강연회와 지방순회강연 등 폭넓은 민족운동을 주도하였습니다. 73세되던 1922년에는 북경에서 열린 세계학생기독교 청년연맹대회(WSCF)에 참석하여, 한국 YMCA가 단독으로 세계YMCA연맹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으며, 한국YMCA 창설에도 기여하셨습니다. 같은 해에 조선교육협회를 창설하여 회장에 취임하셨고, 조선민립대학기성회를 조직하여 회장과 소년연합척후대(보이스카우트) 초대 총재가 되었습니다.
  1924년, 75세 고령의 나이에 조선일보 초대사장이 되었고, 제1회 전국기자회 의장으로서 한국언론의 진작 및 단합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어가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민족주의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합니다.
선생의 나이 78세 되던 1927년 2월 15일,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에서 이른바 민족의 단일전선을 결성하고 공동의 적인 일본과 투쟁할 것을 목표로 신간회를 조직할 때 여러 번 사양끝에 창립회장으로 추대되셨습니다. 그러나 그 해 사망, 4월 7일 사상초유의 성대한 사회장으로 치러졌는데, 애도 인파가 거리마다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민족지도자라는 표현이 이상재 선생의 정확한 표현인것 같습니다. 그는 예수를 만나기 전 정치인으로써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키고 부정과 부패를 물리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그러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 청년사역자의 일생을 살게 됩니다. 지조있는 청년사역자의 멋진 일생이었습니다.

* 국민일보에서